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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투덜

기업의 조직개편과 체질개선

영악 2015. 6. 24. 18:11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벌써 1년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 8년간 여러 회사에 몸담았었고, 앞으로 더 많은 회사에 있을 기회가 많겠지만 조직개편과 체질개선에 대한 나의 입장과 생각은 예전과 별반 다를게 없다.


나는 일을 20살 7월부터 시작했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첫번째 회사는 매각되고 두번째 회사에서는 도망치듯 퇴사를 하고, 세번째 회사에서는 스트레스를 못이겨 퇴사를 하고 네번째 회사에서는 노예생활이 질려 돈좀 더 달라고 했더니 '너네 일 그따위로하고 돈을 더 받겠다고? 다 꺼져!'라는 대우를 받고 그만두고, 그나마 다섯번째 회사와 지금 다니는 여섯번째 회사를 제일 오래 다닌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그동안 다닌 회사중 대기업에 속하는 세번째 회사를 제외하고는 퇴사하기 이전 상황이 굉장히 비슷했다는 것이다. 모든 팀은 분위기 쇄신과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 애자일 방법론을 가져오거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체질개선을 한답시고 외부 인사를 데려오는 등 여러가지 일들이 발생하고 또 이러한 것들이 경영진이나 일부 팀장급들만 잠깐 즐기고 마는 이벤트가 되는 것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회사의 체질개선을 위해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멀쩡하게 일하던 팀장급이 잘려나가거나 대리급이 잘려나가거나 애꿎은 팀 자체가 날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그나마 서로 팀워크를 이루던 팀원들은 회사에 질려버리게 되고 분위기가 망가지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 애자일과 조기퇴근을 시도하고 또 잘 안되고 돈도 잘 안벌리니 인원감축과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경영난이 심각하게 오거나 혹은 도산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두어번 겪다보니 체질개선과 조직개편은 나에게 있어 아주 끔찍한 단어이자 소위 말하는 '망조'가 나타난 회사로 인식되버린다. 덕분에 문제를 회피한 케이스가 있어 완벽하게 부정도 못하고 그냥 그러려니하며 마음에 담아두고만 있다.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이미 '체질개선을 위해 조직개편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마음 속에서는 이미 몇몇 팀이나 몇몇 사람을 잘라낼 결정을 끝낸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런 케이스라면 인원 정리지 무슨 조직개편인가? 자르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대로 자르기 힘드니까 그냥 '조직개편하는데 여러분이 일하는 파트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른 파트로 가던가 나가던가' 이런거 아닌가? 분명히 체질개선과 조직개편을 별개로 놓고보면 분명히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돌아오는 것은 '인원을 줄여서 돈을 덜 들게 만들고 쓸모없는 팀이 사라졌으니 생산성이 높아지겠지?'라는 괴상한 시나리오인 것이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단순한 소모품일 뿐이고 갈아 낄 스페어가 나타나거나 만능키가 나타나면 언제든 잘려나갈 것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임직원들은 회사에 애착을 갖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어쨌든 말이 길어졌지만 나중에 내가 반대측 입장(경영진)이 되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는 말도안되는 혁신적인 체질개선이나 조직개편을 꿈꾸며 회사를 망치는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서도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는데 신중해야 하는 만큼. 정리하는 것에도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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